여러분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언제 실망하시나요? 처음에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를 이해해 줄 사람 같았고, 함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고,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 그런데 어쩌면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겁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한 편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많은 문학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를 다룬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가난한 청년이 부자가 되어 신분 상승을 꿈꾸지만 끝내 넘을 수 없는 계급의 벽과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해석도 맞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 사회를 비판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시대와 국적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말입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줘
주인공 개츠비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아름답고 부유한 집안의 딸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가난한 청년과 부유한 여성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습니다. 전쟁에 나간 사이 데이지는 부유한 사업가 톰 뷰캐넌과 결혼합니다. 몇 년 후 개츠비는 엄청난 부자가 되어 돌아옵니다. 그는 거대한 저택을 사고 매주 화려한 파티를 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집을 드나들지만 정작 개츠비가 기다리는 사람은 단 한 명뿐입니다. 바로 데이지였습니다.
개츠비의 저택은 데이지의 집이 보이는 강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매일 밤 강 너머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초록색 불빛을 바라봅니다. 그 불빛은 데이지의 집 부두 끝에 켜져 있는 작은 등이었습니다. 개츠비는 믿었습니다. 데이지를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잃어버린 사랑도, 젊은 시절의 꿈도, 그리고 자신이 바라던 삶도 되찾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마침내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소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개츠비가 사랑했던 것은 현재의 데이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과거의 데이지를 사랑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데이지조차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데이지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고, 데이지에게 인정받았을 때 느꼈던 자신의 가치였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 싶은 욕망이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개츠비는 데이지에게 이런 요구를 합니다.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줘.”
그는 데이지가 남편 톰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해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자신이 믿어왔던 이야기가 무너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지는 개츠비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개츠비는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종종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해석합니다.
좋은 상사를 만나면 나를 인정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내 외로움이 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좋은 친구를 만나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나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간일 뿐입니다. 그래서 많은 관계는 상대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놓은 기대 때문에 무너집니다. 실제 사람과 내가 상상한 사람이 다를 때 실망이 시작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람을 통해 얻고 싶은 무언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어쩌면 관계의 시작은 더 좋은 사람을 만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 주는 이런 질문을 품어보면 어떨까요?
Q. 나는 지금 이 사람(여러분 앞의 그 사람)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 사람을 통해 이루고 싶은 나의 기대와 욕망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우리가 누군가에게 실망하는 이유는 상대가 기대에 못 미쳐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가 아니라 내가 만든 환상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