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주변 누군가의 평판이 궁금할 때 어떻게 질문하시나요? 혹시 이렇게 질문하고 계시진 않나요? "그 사람은 쓸 만한 사람이야?"
직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인지 함께 일하기 편한 사람인지 궁금할 때 직관적으로 많이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의 형태일 겁니다. 사업적 관계에서도 도움이 되는 인맥인지 따져봅니다. 심지어 인간관계에서도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를 계산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효율성은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사람을 바라보는 유일한 기준이 될 때입니다. 우리는 어느새 사람을 만날 때도 '존재'보다 '기능'을 먼저 확인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이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키워줄 책을 들고와봤습니다. 기원전 8세기에 쓰인 고전 <일리아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전쟁 이야기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영웅들은 승리와 명예를 위해 싸우고, 적을 쓰러뜨리며, 전쟁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거대한 서사시의 마지막에는 전투가 아니라 식탁이 등장합니다.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죽인 트로이의 장수 헥토르를 죽입니다. 그리고 분노가 가시지 않아 그의 시신을 모욕하기까지 합니다. 그때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의 왕인 프리아모스가 목숨을 걸고 적진 한복판으로 찾아옵니다. 노왕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애원하며 아킬레우스에게 말합니다.
나는 세상 어떤 사람도 차마 못 한 짓을 하고 있소
내 자식을 죽인 사람의 손을 내 입술에 대고 있으니 말이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프리아모스를 적국의 왕으로 보지 못합니다. 눈앞에는 그저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늙은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원수와 원수가 마주 앉아 함께 웁니다. 그리고 함께 식사합니다.
생각해보면 이 장면이 특별한 이유는 전쟁이 멈췄기 때문이 아닙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전까지 프리아모스는 제거해야 할 적국의 왕이었습니다. 아킬레우스는 복수해야 할 원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서로를 역할이 아닌 인간 그 자체로 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보통 사람을 이해하기 전에 분류합니다. 유능한 사람, 무능한 사람, 같은 편, 다른 편,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그런데 인간은 분류되는 순간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립니다. 그 사람만이 가진 사연과 아픔, 후회와 사랑,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함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갈등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릅니다. 상대를 너무 빨리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저 사람은 나랑 안 맞아", "저 사람은 틀렸어" 이런 말이나 생각이 상대를 하나의 존재가 아닌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들어버립니다. <일리아드>의 마지막 식탁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 적이 언제인가요?
그 사람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어떤 정치적 생각을 가졌는지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 그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말입니다. 이번 한 주만큼은 사람을 판단하려는 효율성의 안경을 잠시 벗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내 곁의 누군가를 '역할'이 아닌 '존재'로 다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이 질문을 함께 품어보려 합니다.
Q. 나는 지금 이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분류하고 있는 걸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누군가를 평가하는 능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존중하며 마주 앉을 수 있는 인간다운 마음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