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 베스트셀러 순위와 사회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이 보입니다. 바로 '불안'과 '불확실성'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경제 상황,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그리고 갈수록 느슨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현대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심리적 동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러한 불안이 단순히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일시적 반응을 넘어섰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더욱 근본적인 실존의 질문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결국 개인에게 삶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원점에서 다시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바로 이러한 시대적 갈증에 응답하듯, 19세기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다룬 <위버멘쉬>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니체의 핵심 사상인 '초인(Übermensch)'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책은, 기존의 질서와 도덕이 흔들리는 시대에 스스로 삶의 의미와 기준을 창조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여기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완성된 완벽한 인간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며 새로운 가치를 스스로 세워가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니체의 철학은 불안과 혼란 속에서도 자기 확신과 내적 주도성을 잃지 않으려는 현대인들에게 실질적인 사유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한 사람은 불안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니체가 제시한 자기 주도적 삶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 삶'이라는 개념이 어느새 '나 중심의 세계'로 축소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자신 안의 확신에 의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확신이 타인과의 관계, 더 큰 의미와의 연결을 끊어버릴 때 위험해집니다.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고립을 강화하는 자기 확증의 순환이 되기 때문입니다.
니체의 초인은 자신 안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넘어 더 넓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자기 성장' 담론은 종종 '내가 옳다'는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집니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운 내면의 중심이, 다른 세계를 향한 통로가 아니라 닫힌 성벽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불확실한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나를 넘어서는 힘입니다. 그런데 자기 초월은 내 안의 확신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더 큰 의미와 선함에 마음을 열먼서 가능해질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결국 핵심은 '무엇에, 어떤 존재에 시선을 두는가'입니다. 자기 주도성이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그것은 나를 넘어 타인과 세계를 향해 열린 자세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이번 주 질문은 다음과 같이 준비해봤습니다.
Q. 나의 자기 성장 담론은 어디를 향해있는가?
자기 안으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길이 나를 중심에 가두는 데서 멈춘다면, 성장은 방향을 잃고 의미는 메말라갑니다.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나답게’보다 ‘무엇을 바라보며 사는가’를 먼저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