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8월 27일 유 퀴즈 온 더 블럭 308회에 빌게이츠가 출연하면서 서점가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빌 게이츠가 추천한 도서들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급등한 것입니다. 빌 게이츠는 방송에서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그리고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추천했습니다.
이 책들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폭력의 감소–진보의 데이터–에너지와 과학적 분석이라는 흐름이 서로 연결되면서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인류는 '선한 천사'라는 내적 동기, 진보를 증명하는 데이터, 그리고 에너지와 과학적 분석이라는 물질적 기반 위에서 오늘의 문명을 이뤄왔습니다. 폭력의 감소는 인간 정신의 발전을 보여주고, 데이터는 그 발전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며, 에너지는 그것을 현실로 가능하게 하는 동력입니다. 즉 빌 게이츠는 인류가 평화와 진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윤리·지식·물질이 서로 맞물려 이룬 거대한 서사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팩트풀니스>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점점 더 위험하고 불평등해진다고 믿지만,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10가지 본능(격차, 공포, 크기, 일반화, 비난, 운명, 직선, 단일 관점, 다급함 등)을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고 사실에 기반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안내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빌 게이츠가 세 권의 책을 추천한 핵심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인류의 진보를 낙관할 때 감정이나 희망에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을 중시했습니다. <팩트풀니스>는 바로 그 관점을 대표하는 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단순한 이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힘으로 연결시켜 줍니다.
하지만 사실과 데이터를 통한 이해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인간이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단순한 착각뿐만 아니라 역사적·심리적 근거가 있습니다.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대비하는 태도는 수만 년 동안 생존을 보장해온 본능이었고, 오늘날에도 사회적 불평등, 환경 문제, 정치적 불안 같은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데이터가 보여주는 '개선의 추세'와 개인이 체감하는 '삶의 불안' 사이에는 늘 간극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팩트풀니스>가 낙관을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로슬링은 팩트와 스토리 사이의 긴장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데이터가 우리에게 장기적 희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류의 진보는 단선적인 직선이 아니라 굴곡과 모순을 안은 곡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추천한 세 권의 책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됩니다. 인류는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윤리적 성찰, 데이터적 통찰, 과학적 분석이 서로 맞물릴 때 우리는 현실을 비관하지 않으면서도 허황된 낙관에 빠지지 않는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북택트 문장은 그래서 단순한 선언을 넘어 독자들에게 실천적 질문을 던집니다.
Q. 세상을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나는 오늘 어떤 사실을 직시하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