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도서관이 전국 1,540개 공공도서관의 그림책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그림책 대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40~60대 성인층에서 26.9%나 급증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주 소개하는 리디아 브란코비치의 <감정서커스>는 이러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어린이 독자를 겨냥한 그림책이지만, 정작 더 큰 감동을 받는 이들은 오랜 세월 자신의 감정을 그림자처럼 회피해온 성인들입니다. 이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깊은 성찰과 치유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감정 서커스>는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감정들을 화려한 무대 위로 불러내는 매혹적인 그림책입니다. 기쁨은 관객을 열광시키는 곡예사로, 두려움은 무대 한편에 몸을 웅크린 소심한 단원으로, 분노는 예측 불가능한 불꽃쇼를 펼치는 연기자로 등장합니다. 그간 마음 한구석에 애써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하나씩 무대의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는 순간, 우리는 드디어 그들과 진정한 대면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의 핵심은 감정을 '억눌러야 할 불편한 존재'가 아닌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야 할 동반자'로 재정의하는 데 있습니다.
작가는 이런 철학적 통찰을 포근한 색감과 재치 넘치는 그림으로 풀어냅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무겁고 복잡한 영역으로만 인식되었던 감정의 세계가 놀라울 정도로 정겨롭고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어린 독자들에게는 감정 탐험의 첫 나침반을, 성인 독자들에게는 오랜 시간 소원해진 내면의 목소리들과 재회하는 귀한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하지만 아이가 무시하면 할수록 그림자는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짓궂게 굴었어요 ”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우리의 감정 대처 방식을 깊이 성찰하게 만듭니다. 그동안 우리는 감정을 정복해야 할 적이나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인식해왔습니다. 하지만 억압된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림자처럼 더욱 거대해지며, 더욱 끈질기게 우리 일상을 따라다니죠.
<감정 서커스>는 이런 불편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감정은 통제의 객체가 아니라 이해와 환대의 주체라는 혁신적 관점, 바로 이것이 성인 독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핵심입니다. 그런데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심리학 이론이나 기법을 습득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감정은 인간이 존재하고 세계를 인식하는 근본적 양식과 깊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문학 속에서 묘사된 인물들의 내면 세계, 철학자들이 탐구한 인간 존재의 본질, 예술가들이 형상화한 감정의 스펙트럼,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인간의 희로애락을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인문학적 접근이 감정 이해의 열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대의 감정 연구가 과학적 데이터와 분석에 치중한다면, 인문학은 감정이 인간 경험 전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감정이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Q. 나는 지금 내 감정들을 기꺼이 무대 위로 불러내고 있는가?
외면한 감정은 그림자가 되고, 마주한 감정은 나를 비추는 빛이 됩니다. 그 빛 안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온전한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