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구절이 365번 등장한다고 합니다. 이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인간에게 얼마나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고통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과 마주합니다. 직장에서의 성과 압박,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인정 욕구,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까지...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더라도, 내면에서는 늘 크고 작은 파도가 일렁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이자 세계적인 자기계발 강연가 멜 로빈스. 그녀의 메시지가 강력한 공감을 얻는 이유는 화려한 성취 이력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극심한 불안과 무기력감을 경험했다는 진솔함에 있습니다. 멜 로빈스는 불안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부정적 감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삶을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합니다. 그래서 <렛뎀 이론>에서 그녀는 "진정한 나다움으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불안을 근본적으로 다루는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스스로를 내버려둘 때, 비로소 나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 <렛뎀 이론>의 핵심 메시지는 이처럼 명료합니다. 여기서 '내버려둔다'는 것은 무책임한 방치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불안을 억지로 밀어내려 하지 않고,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뜻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이 아닌, 내가 스스로 세운 가치와 선택을 삶의 중심에 둘 때, 우리는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삶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렛뎀 이론>은 더욱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법, 끊임없는 비교를 멈추고 두려움과 자기 의심을 극복하는 법, 타인의 기대나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등이 그것입니다. 이 모든 방법의 핵심은 통제할 수 없는 것에서 벗어나 진정 중요한 것, 즉 자신의 행복과 목표, 그리고 인생 그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않다. 문제는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힘에 있다 ”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앞서 살펴본 멜 로빈스의 통찰을 한층 더 날카롭게 압축한 표현입니다. 이 문장은 우리가 불안 속에서 얼마나 자주 '자기 자신'을 의심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시선'에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있는지를 직시하게 만듭니다. 결국 불안은 타인의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중심을 놓아버린 데서 증폭되는 경우가 많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하이데거는 불안(Angst)을 단순히 불편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자각하게 하는 실존적 계기로 보았습니다. 우리가 불안을 느낄 때, 그것은 세계와 타인 속에서 흘러가던 일상성이 흔들리며, 내가 ‘진짜 나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순간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멜 로빈스가 불안을 신호로 해석한 것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그녀의 메시지는 단순한 심리학적 조언을 넘어, 불안이 존재론적 물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SNS 속 완벽해 보이는 타인의 모습,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불확실한 경제 상황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을 느끼게 만듭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렛뎀 이론>의 메시지가 더욱 절실해집니다. 타인이 무엇을 하든, 무엇을 말하든, 그것을 그냥 '내버려두고' 나의 길을 걸어가는 용기말입니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불안을 없애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적 중심을 찾는 데서 온다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조언을 들어왔습니다. “그냥 두어라”,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귀에 익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안은 우리를 잠 못 이루게 하고, 작은 일에도 마음을 흔듭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우리는 아직 ‘무엇을 두고, 어디에 기대야 하는가’라는 내적 중심의 질문에 충분히 답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Q. 당신은 불안이 덮쳐올 때, 무엇을 붙잡음으로써 흔들리지 않을 수 있나요?
이 질문을 붙들고 한 주를 살아간다면, 불안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내적 중심을 세우도록 초대하는 신호가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