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교양서 <다크 심리학>이 출간 일주일만에 베스트셀러 종합 3위, 인문 1위에 오르더니 이번 주에는 종합 1위, 인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소 불편한 지적이 될 수 있지만, 저는 이러한 현상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선 작가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을 다루는 책인만큼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다루면서도 그에 대한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될수록 “누구의 이름으로, 어떤 세계관으로 쓰인 글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독자가 단순히 지식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삶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크 사이드 프로젝트가 인간 본성의 음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설득의 뒷면’을 파헤친다는 작가의 세계관은 일견 흥미롭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세계관이 인간을 대등한 존재로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꿰뚫고 조종하거나, 나아가 ‘이겨야 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나 없이 못 살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권력과 지배의 ‘진짜 축’이다 ”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다크 심리학>이 대중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온 이유이자 동시에 제가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두 번째 지점이기도 합니다.
<다크 심리학>에서는 다크 트라이어드(사이코패시,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을 기반으로 한 심리전 기술이 이미 사회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모르면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약한 선의로는 인간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당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관계 설계자로서의 삶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우위를 점하기 노력은 결국 타인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귀결되며, 진정한 자유와 성숙한 관계를 가로막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인식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이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본질적으로 '심리전'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과의 진정한 연결 가능성을 차단당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 관계에서 중요한 진정한 영향력은 진실성과 섬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따르는 이유가 우리의 심리적 조종 기술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진정성과 그들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 때문일 때, 그 관계는 지속 가능하고 서로에게 유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크 심리학>의 인기는 현대인들이 느끼는 관계에 대한 불안과 통제 욕구를 반영합니다. 하지만 그 해답이 더 강력한 조종 기술에 있지 않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관계를 전쟁의 기술로만 이해한다면, 그 끝에는 결국 고립과 불신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진실성과 섬김의 태도를 선택할 때,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경험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는 힘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우리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를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Q. 나는 지금 누군가와의 관계를 '심리전'으로 여기며 이기기 위해 힘을 쓰고 있는가? 아니면 진정성을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는가?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을 거울 삼아 나의 관계 방식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다크 심리학>은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에게 유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