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10시,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어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했습니다. 놀랍게도 ‘지금 주문하면 내일 새벽 도착’이라는 안내가 떴습니다. 클릭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집 앞까지 도착하고,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영상을 끊임없이 재생하며, AI가 몇 초 만에 완성된 문장을 만들어주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극도의 편안함에 최적화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편안함의 시대 한복판에서 묘한 반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스크린 타임 챌린지’가 유행하고, 일부러 피처폰으로 바꾸거나 휴대폰을 가두는 ‘금욕상자’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편안함의 정점에서 오히려 불편함을 찾아 나서는 이 기이한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은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는 우리가 편안함을 얻은 대가로 무엇을 잃었는지 추적했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 알래스카 북극권 툰드라에서 33일간 순록 사냥을 하며 살아남기 등 다양한 극한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그곳에서 발견한 진실은 단순했습니다. 편안함은 우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
현대인은 조상보다 14배 덜 움직이고, 하루의 95%를 실내에서 보내며, 11시간 넘게 디지털 화면 앞에 앉아 있습니다. 사계절 내내 72도(외국 저자의 책이라 화씨 기준입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약 22.2도)로 유지되는 실내 온도, 3분 만에 도착하는 편의점, 30초도 기다리지 못하고 꺼내 드는 스마트폰. 이스터는 이를 ‘편안함의 습격’이라 부릅니다. 문제는 이 모든 편안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 때문에 우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편안함에 의한 잠식'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반(反)편안함’ 문화와 맞닿아 있습니다. MZ세대의 디지털 디톡스 열풍, 과시적 소비 대신 실질적 가치를 택하는 실용세대의 부상, 자극적인 음식 대신 몸을 돌보는 저속노화식이 대표적입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겁니다. 편안함의 과잉은 결국 우리를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마이클 이스터는 이 책에서 경고합니다. 편안함은 겉으로는 우리를 보호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의지를 무디게 하고 영혼을 나태하게 만든다고. AI와 자동화는 점점 더 우리의 수고로움을 없애지만,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고통, 의도적인 불편함,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성장을 빼앗아갑니다.
기계는 결코 불편함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더 높은 가치를 위해 불편함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세상이 주는 ‘편안함’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입니다. 그것은 결국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깊은 생의 의미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불편함은 고통이 아니라, 우리를 더 크고 깊은 존재로 빚어내는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안함이 우리의 영을 무디게 한다면, 불편함은 영을 깨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달콤한 편안함으로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그것은 종종 진짜 평안을 가장한 환상일 뿐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Q. 오늘 나는 ‘잠시의 편안함’과 ‘의미 있는 불편함’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 세상의 유혹에서 한 발 물러서서 의미 있는 불편함을 선택해 보십시오. 그 선택이 언젠가 진짜 평강으로 이끌어 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