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를 가도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대화 속에는 피로와 냉소가 가득합니다. 산적한 문제들에 비해 해법은 보이지 않고, 누구도 진심으로 질문하거나 귀 기울여 듣지 않는 듯합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초판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다시 개정판 출간을 앞두고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며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김태완 저자의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입니다. ‘책문’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관문으로, 최종 합격자 33명의 등수를 결정하는 시험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나라가 직면한 위기와 과제를 깊이 성찰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하나의 정치적·철학적 토론장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전하의 나라는 난리가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은 왕이 던진 절실한 질문 앞에서 한 선비가 자신의 역사 인식과 정치 철학, 인문 교양을 총동원해 답한 문장입니다. 표면적 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내부의 취약성임을 지적하는 한 선비의 날카로운 대답인데 오늘날로 해석하면 실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그 씨앗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책문>이 현대 독자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조선시대 '책문'은 단순한 답변이 아닌, 국가의 근본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과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정치 담론이 피상적인 비난과 냉소에 머물 때, 이 책은 진정한 '묻고 답하기'의 지혜를 일깨우고 있는 것이죠.
겉으로 화려한 말잔치가 아닌, 깊이 있는 질문과 성찰, 그리고 책임감 있는 해답을 추구하는 자세는 현대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덕목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라, 제대로 묻고 제대로 답하는 일입니다. 『책문』 속 선비들이 그랬듯, 현상의 이면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준비를 갖춘 태도 말입니다.
어쩌면 이 책이 지금과 같은 시점에 대한민국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독자 스스로가 시대의 질문 앞에 선 선비가 되기 위함은 아닐까요? 질문의 품격을 배우고, 답변의 깊이를 고민하며 이번주 북택트는 <책문>이 우리에게 다시 묻는 이 질문으로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