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히끗히끗 헐기 시작한 입술 안쪽을 떡니로 악물었지."
내 여자의 열매 (한강 소설집)
쪽수 : 준비 중 / 발행일자 : 2018.11. 9 / 저자 : 한강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안녕하세요. 북택트입니다. 2024년 10월 10일 한국인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문학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뜨겁게 달아 올랐습니다. 10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후 2~3시까지 한강 작가의 책이 3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 그 열풍을 실감할 수 있죠.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직면하고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었다(Han Kang confronts histrorical traumas and invisible sets of rules and, in each of her works, exposes the fragility of hunam life)." 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트 한 문장(북택트)은 한강 작가의 <내 여자의 열매>에서 선정해 보았습니다. <채식주의자>나 <작별하지 않는다>와 같은 대표작이 아니라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이번 주는 이 문장을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이미 히끗히끗 헐기 시작한 입술 안쪽을 떡니로 악물었지."
첫 번째로 나눌 이야기는 한국 문학의 번역입니다.
이번주 문장은 한강 작가의 초기 작품 <내 여자의 열매>에 나왔으며, 단순한 신체적 고통을 넘어 인내와 무력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묘한 감정의 결을 영어로 옮길 때는 단어 선택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번역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번역 과정에서 한국 문학의 독특한 감수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그 진가를 세계가 알아보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의 이해를 이유로 과거에는 한국 문학을 한국인이 번역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사람은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입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문학적 감수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오역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죠. 그러나 언어적 의미 전달을 넘어선 문학 작품의 다양성을 돋보이는 번역이 문화적 다리를 놓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북택트 문장에서 주목할 두 번째 주제는 심사평에서 언급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직면'이라는 부분입니다. 이 문장에서 묘사된, 입술을 꽉 물고 있는 화자의 모습은 고통과 인내 속에 처한 한 인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개인의 고통을 소설로 담아내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와 내면의 변화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작업입니다.
역사적 트라우마는 집단적 경험이지만, 각 개인에게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한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역사 속에서 잊힌 개인의 목소리를 되살리고, 그들의 상처에 공감하도록 이끌어냅니다. 결국, 개인의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 겪은 아픔과 상처를 대변하며, 이는 한강 작가가 보편적 이해와 각성을 이끌어낸 중요한 문학적 기여로 인정받은 이유입니다.
소설(小說)은 작은 이야기를 뜻하지만, 그 작은 이야기들이 사회나 대세가 다루지 못하는 부분을 다룹니다. 이런 작은 이야기들이 큰 역할을 할 때, 우리는 문학과 문화의 진정한 힘을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수상을 계기로,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내세우는 목소리가 아닌 작은 이야기(小說)에 관심 갖는 한 주를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Q. 우리가 놓치고 있던, 이 시대의 소외된 개인의 목소리와 상처는 무엇일까요?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통해 우리 주변의 작고 미묘한 이야기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문학이 그 속에서 어떻게 우리 삶을 반영하고 치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