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가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습니다. 평소 우리 일상과 동떨어져 보였던 과학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양자’를 다룬 책이 조용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채은미 작가의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는 출간 직후 일시 품귀 사태를 겪었고, 지금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며 독자들의 손을 타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지금 양자를 궁금해하는 이유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AI가 일상을 바꾸고, 산업과 직업의 경계가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기술 트렌드, 사회 변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먼저 이해하고 싶다는 심리적 욕구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이 책은 양자를 전문가만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삶의 기반을 이루는 원리로 풀어내며,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이끌어줍니다. 1부에서는 파동과 입자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중첩과 얽힘이 무엇인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LED나 스마트폰, GPS 뒤에 어떤 양자적 원리가 숨어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큐비트라는 새로운 정보 단위를 중심으로 양자컴퓨터의 구조와 원리, 플랫폼 별 기술 차이, 오류 정정의 난제, 그리고 신약 개발·신소재 탐색·보안 체계 혁신 같은 실제 미래 산업 전망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 앞에 놓인 양자시대가 인류 문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상상해보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미래를 그려 볼까요?”
이번주 대중이 책(Book)에서 택한 트렌드 한 문장(북택트)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인 양자의 개념을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독자들이 주체적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점입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꺼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양자를 읽고, 검색하고, 이야기하는 흐름은 어디에서 비롯된 움직임일까요? AI가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지금, 많은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 다음 기술은 무엇인가”로 이동합니다. 산업계와 언론이 앞다투어 양자를 미래 핵심 기술로 조명하는 사이, 대중이 실제로 반응하는 지점은 기술의 세부 원리보다 그 소식이 만들어내는 ‘미래의 신호’, 즉 상징성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러한 움직임을 보며 불현듯 어느 책에서 본 이러한 문구가 생각납니다. '화려한 세상의 길을 따라 가면 점점 구렁텅이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든다.' 혹시 지금의 양자에 대한 관심이 화려한 세상의 길을 좇고 있는 것만은 아닌가요?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여러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에 닿게 됩니다. 미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나의 삶과 연결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나눠볼까 합니다.
Q. 나는 어떤 기준과 시각으로 세계를 해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번 책은 양자라는 첨단 개념을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변화를 읽는 힘은 지식보다 관점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관점은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