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북택트 레터 발행인 김범석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레터를 정비하는 동안에도 “다음 호는 언제 나오나요?”라며 안부를 건네주신 분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신 모든 구독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저는 우리가 책(Book)을 통해 나누었던 연결(tact)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북택트가 책을 매개로 사회적 이슈와 시대의 키워드를 읽어내는 시도였다면, 이제는 그 연결을 한 단계 더 깊게 내려가 보려 합니다. 한 권의 책 속 인문학적 질문을 독자의 ‘삶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새로운 여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독서의 계절’이나 ‘독서 습관’이라는 말에 이끌려 책을 펼칩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가슴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 “정말 맞는 말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감동의 유통기한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며칠만 지나도 문장은 일상의 소음 속으로 사라지고,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책 읽기가 정말 내 삶을 바꾸고 있는 걸까?”
지식은 쌓이는데 삶의 무게는 그대로일 때, 우리는 결국 이 질문에 닿게 됩니다. "인문학이 진짜 내 삶에 도움이 되긴 할까?” 그때 많은 사람들은 독서법을 의심하거나 인문학의 실용성을 탓합니다.
저 역시 인문학을 공부하며 오랫동안 이 간극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인문학은 삶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주는 기술이 아닙니다. 대신 인문학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가?” 좋은 문장이 감탄으로 끝나면 그것은 지식에 머무릅니다. 그러나 그 문장이 나의 선택을 흔드는 질문으로 번역되는 순간, 삶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번 첫 레터에서는 이 ‘번역’의 과정을 가장 흥미롭게 보여주는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입니다.
지식이라는 기차에서 내려 '질문의 정류장'으로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딱딱한 철학 입문서가 아닙니다.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부터 몽테뉴, 니체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기차 여행이라는 형식을 빌려 안내합니다. 하지만 이 여행의 목적지는 철학 지식의 습득이 아닙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하나의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오래된 철학자의 문장이 오늘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소크라테스의 대목입니다. '검토되지 않은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우리는 이 문장에 밑줄을 긋고 감탄합니다. 그러나 에릭 와이너는 그 문장을 우리의 삶 속으로 거칠게 밀어 넣습니다. “당신은 지금 남이 설계한 경로를 따라가고 있지 않은가?”, “당신의 선택 중 무엇이 정말 당신이 검토하고 결정한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인문학은 지식에서 질문으로 바뀝니다. 인문학이 삶에 도움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지식이 질문이 되고, 그 질문이 나의 선택이 되는 순간입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타인의 SNS를 보며 마음이 흔들릴 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나는 왜 나의 속도가 아니라 타인의 좌표를 보고 있는가?” 그 순간 인문학은 책 속 문장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기준이 됩니다.
질문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결국 선택을 바꿉니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비로소 나다운 삶의 궤적을 만들어 갑니다. 이번 레터는 우리의 삶을 움직이기 위한 첫 시작으로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지금 나를 가장 괴롭히는 고민을 ‘인문학적 질문’으로 번역한다면 무엇일까요?
북택트 뉴스레터는 앞으로도 책 속에 잠들어 있는 문장들을 꺼내어, 여러분의 일상을 흔들고 다시 세우는 살아 있는 질문으로 번역해 나가려 합니다. 어떤 문장을 읽고 “좋다”라고 감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문장을 기준으로 오늘 하나의 작은 선택을 바꾸는 경험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그 작은 선택이 모여 여러분의 삶이 어제보다 조금 더 선명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질문하는 당신의 곁에서
발행인 김범석 드림